엊그제
유랑이하고 먹은 일본식 함박스테이크이다. 기름기가 좀 많은 것 같고 약간 짠 느낌이 있지만 카레와 함께 먹으면 맛이 있다. 날씨가 정말 추웠고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보게 되었다. 피아노 연주 공연은 처음이었다.(대부분의 공연이 다 처음일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고 무언가 이해해야한다는 강박에 다소 편하지 않았던 듯 하다. 그런데 공연 중간에 연주자분께서 하시는 무언가 번뜩이는 말씀을 들었다. 연주를 잘하는 것과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과 연주로 살아남는 것은 모두 별개의 문제인데 많은 사람들이 연주를 잘하는 것만을 혹은 다른 하나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순간 나는 어떠한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나는 s/w엔지니어로서 아무래도 전문 역량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수요층에게 감동과 만족을 주는 것은 나 스스로의 역량과는 관련이 있으면서도 그다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으로서 인간관계의 도의가 없다면 결국 상대에게 실망만을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이를 하나의 비지니스로 상품화하지 못한다면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역으로 역량이 부족해도 감동을 줄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공연은 순수한 공연이자 비지니스였다고 생각한다. 그랬다. 단지 훌륭한 연주에만 모든 것을 걸지 않았던 것 같다. 감동을 주려고 이리저리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고 약 두시간의 공연을 정형화된 상품으로 비지니스 상품화한 듯 한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공연의 위상과 이에 맞추어 참석한 청중의 성향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혹자는 비지니스는 사기라고 한다. 원가는 작은데 감동이니 서비스니 사기를 쳐서 매우 비싸게 판다고 주장할 듯도하다. 물론 고객의 구매 순간 충동적인 본능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할 듯하다. 하지만 이 역시 관점의 차이고 이렇게 바라보는 시각 또한 과거 상업행위를 수준낮게 보는 유교식 고정관념일 수 있을 듯 하다.자본주의에서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정당하고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이다.)
훌륭한 공연이었고 주위에 추천하고싶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추웠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