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집에 막 도착하니 EBS에서 '시대의 초상'이 방송되고 있다. '김정남'이라는 60~70년대 민주화 운동가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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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 동아리는 운동권 동아리였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들어갔고 순진한 마음에 선배들과 매일같이 술을 마시며 운동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씩 느껴볼 수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이 세상이라는 것이 사실상 그리 정의롭지도 매체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던 듯 하다. 그러니까 세상에 보여지는 것들을 지배권력의 의도대로 보여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리 열심히 활동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운동을 하는 학생들의 특징가운데 하나는 사실상 가장 권력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인 듯 하다. 물론 순수하게 운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이 좋아서 하는 것이지 진지하게 무언가 진실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은 사실 못 본 듯 하다.(아마 새벽의 선후배들이 이 글을 읽으면 다시 한 번 나를 욕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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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는 메모리 512가 먼지도 몰랐다. 하드 1기가가 먼지도 모르고 컴퓨터가 CPU하고 메모리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그게 어떻게 다른지도 사실 몰랐다. 그 땐 컴공과였지만 그런 것이 중요하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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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년 회사에 들어왔고 모든 것이 완전 바뀌었으나 적응하지 못했다. 완전한 자본주의 시장임을 실감하지 못한 것이다. 주위의 사람들은 기존의 내가 알던 이들과는 다르고 너무도 다양했다. 대학때는 열심히 연애를 하거나 혹은 컴퓨터에 미치거나... 아니면 무언가 신나게 놀았던 이들이었고 나같이 재미없게 이상한 동아리에서 술이나 먹으며 가진자에게 배아파하는 그런 한심한 사람들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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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SOA라는 과목에 대해서 정신없이 시험을 보고 수업을 듣고 지하철에서 논문 꺼내들고 옹알거리며 읽다가 집에 와서 '시대의 초상'이라는 방송을 통해 한 민주화 운동가를 보니... 갑자기 나의 정체성에 의구심이 일어 몇 자 적어 보았다.